살림학개론 7강|공간을 나누는 기술 – 주방·욕실·수납의 원칙
정리는 단순한 물건 배치가 아닙니다.
삶의 행위와 흐름이 설계된 공간이 곧 정돈된 집입니다.
주방, 욕실, 수납장은 모두 살림의 핵심 작업이 반복되는 고밀도 기능 구역입니다.
이 세 공간이 구조화되지 않으면 루틴은 흐려지고, 생활은 늘 임시방편이 됩니다.
이번 강의에서는 공간을 분할하고 흐름을 설계하는 ‘정리의 기술’이 아니라 ‘살림 공간을 기능별로 나누는 사고방식’을 함께 학습합니다.
목차
2부. 공간과 루틴의 구조화 (6~10강)
회차 | 강의 제목 |
6강 | 이사 직후 바로 해야 할 살림 루틴 |
7강 | 공간을 나누는 기술 – 주방·욕실·수납의 원칙 |
8강 | 살림 루틴 만들기 – 일간·주간·월간 체크표 |
9강 | 물건이 머무는 방식 – 수납 동선과 동기부여 |
10강 | 충동구매 막는 소비 루틴 설계법 |
1. 공간 분할의 기본 원칙: 구역화 + 동선화
1) 구역화(Zoning): 기능별로 나누기
공간을 넓고 예쁘게 정리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의 기능’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이 정리의 본질입니다.
구역화(Zoning)란, 하나의 공간을 행동 목적에 따라 분할하고, 그에 맞는 물건과 동선을 배치하는 정리 전략입니다.
이 방법은 단순 수납이 아니라 살림의 흐름을 구조화하는 핵심 사고방식입니다.
공간 구역 분할 예시
공간 | 기능 구역 분할 방식 |
주방 | 조리 구역 / 수납 구역 / 설거지 구역 / 간식·음료 구역 |
욕실 | 세면 구역 / 샤워 구역 / 청소용품 구역 |
수납장 | 계절별 / 용도별 / 사용빈도별 분류 |
→ 상단은 비정기적 물건, 하단은 자주 쓰는 물건 배치 |
이처럼 정리의 기준은 단순히 공간의 모양이 아니라, 기능의 흐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공간은 ‘넓게’가 아니라 ‘명확하게’ 나누어져야 합니다.
효율적인 살림이란 물건을 많이 숨기는 것이 아니라, 각 물건이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를 분명히 구획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구역화란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흐름을 시각화하는 작업입니다.
2) 동선화(Flow): 자주 쓰는 순서대로 정리하기
정리는 보기 좋게 배치하는 미적 행위가 아닙니다.
정리는 ‘행동을 끊김 없이 흐르게 하기 위한 설계’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주 사용하는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 즉 동선화(Flow Structuring)입니다.
공간 내 물건의 위치는 단지 예쁜 위치가 아니라, 루틴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흐름에 맞게 배치되어야 합니다.
예시: 루틴 흐름에 따른 물건 배치 구조
공간 | 대표 루틴 흐름 | 정리 설계의 원칙 |
주방 | 칼 → 도마 → 조리도구 → 조리대(불) | 조리 순서에 따라 한 줄 흐름 구성. 칼과 도마는 붙어 있고, 조리도구는 오른쪽 상단 or 걸이 고정. |
욕실 | 세면 → 보습 → 정리 | 세면대에는 세안 → 기초케어 순으로 오른쪽 배열, 사용 후 수납은 손 닿는 서랍 or 수건장. |
수납장 | 물건 도착 → 꺼냄 → 사용 → 제자리 복귀 | 자주 쓰는 물건은 눈높이 or 허리선 아래, 꺼내기 쉬운 방향으로 정렬. ‘복귀’가 쉬워야 루틴이 완성됩니다. |
이처럼 동선은 단지 동작의 순서가 아니라, 살림이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루틴의 뼈대입니다.
정리는 예쁜 사진이 아니라, 끊기지 않는 행동이 남기는 흔적입니다.
정리가 어려워지고 유지되지 않는 이유는 물건이 어지럽게 놓여 있어서가 아니라, 행동의 흐름과 배치가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동선화란 물건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하는 살림 공학입니다.
2. 각 공간별 설계 포인트
주방 정리의 원칙: 루틴이 흐르는 동선 중심 설계
주방은 단순한 수납 공간이 아니라 ‘조리’라는 복합적 행동이 반복되는 고밀도 기능 구역입니다.
칼을 들고, 손을 씻고, 조리하고, 정리하고, 보관하는 수많은 루틴이 하나의 좁은 공간 안에서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리의 기준은 ‘보기에 좋음’이 아니라, ‘흐름이 끊기지 않음’이어야 합니다.
1. 조리 흐름을 먼저 파악하고, 도구 배치를 고정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나만의 조리 순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재료 꺼내기 → 손질 → 조리 → 플레이팅 → 정리
이 흐름에 따라 도구 위치를 고정하면 매번 어디 뒀는지 찾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조리 중단 없이 루틴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주방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자주 쓰는 조리 도구는 ‘오른손 기준 + 시선 범위’에 둡니다.
칼, 도마, 프라이팬, 기본 양념, 밀폐용기 등은 눈높이~허리 높이 사이, 오른손이 닿는 곳에 1구역 밀집 배치합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도구가 분산되어 있으면, 그 자체로 동선 피로와 루틴 단절이 발생합니다.
주방은 ‘동선을 줄이는 정리’가 아니라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설계’가 되어야 합니다.
3. 주방 외곽화 원칙: ‘잘 안 쓰는 것’은 바깥으로 이동
배달 식기, 일회용품, 기념품 식기, 고급 찻잔 세트, 거의 쓰지 않는 가전제품 등은 가장 하단 or 가장 외곽 구역(상부장 끝칸 등)으로 밀어냅니다. 자주 쓰지 않는 것이 시야 안에 있을수록,공간의 정보량이 증가하고 정리 유지 피로도가 높아집니다.
욕실 정리의 원칙: 위생과 루틴을 함께 다스리는 구조 설계
욕실은 하루의 시작과 끝이 머무는 공간입니다.
세면, 샤워, 청소, 세탁 준비, 보관까지 다양한 기능이 밀집되어 있는 만큼 욕실 정리는 단순 수납이 아닌, 습기·위생·반복 루틴이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하는 기술이어야 합니다.
1. 세면대 주변은 ‘하루 2회 이상 사용하는 도구’만 고정
칫솔, 치약, 클렌저, 면도기, 기초 보습제 등 아침/저녁 루틴에 반드시 사용하는 최소 도구만 배치합니다.
그 외 보조 도구(팩, 미백 제품 등)는 별도 수납함에 보관하여 욕실 시야와 표면의 정돈도를 유지합니다.
세면대 주변은 가장 자주 물이 튀고, 가장 빨리 어질러지는 구역입니다. 항상 ‘사용 후 원위치’가 가능하도록 도구 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2. 샤워용품은 ‘젖지 않도록, 높이 보관’이 기본
샴푸, 린스, 바디워시, 세정제 등은 걸이식 바스켓, 코너 선반, 봉걸이 등을 이용해 바닥에 닿지 않도록 배치해야 합니다.
바닥에 제품이 닿아 있을 경우, 곰팡이·물때·슬립 사고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욕실은 수평보다 수직 활용이 중요한 공간입니다.
3. 청소도구는 ‘보이지 않지만 손 닿는 곳’에
변기솔, 배수구 세정제, 락스류, 다회용 스펀지 등은 시야에 보이지 않는 세면대 아래 서랍 / 욕조 옆 틈 / 수납박스 안에 두되, 청소 루틴이 시작되는 위치 기준으로 가까이 배치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4. 물때 발생 전 선제적 정리가 핵심
욕실은 ‘더러워지면 청소’가 아니라, ‘더러워지기 전에 정리 루틴이 돌아가는 구조’를 목표로 해야 합니다.
1일 1회 환기 / 1일 1회 물기 닦기 / 주 1회 청소 루틴만 유지해도물때, 냄새, 세균 증식의 80%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수납장 정리의 원칙: 보관이 아닌 ‘꺼냄’ 중심의 구조화
수납은 물건을 숨기는 기술이 아닙니다.
수납이란 물건을 다시 꺼내기 쉽게 만드는 ‘가시성 기반의 구조 설계’입니다.
수납장이란 단순히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가 아니라, 생활 루틴의 시작점이자 복귀 지점이 되는 구조물이어야 합니다.
1. 상단은 ‘비정기용’, 하단은 ‘루틴용’ 물건으로 분할
수납의 물리적 위치는 사용 빈도에 따라 정리되어야 합니다. 가장 아래 칸(손 닿는 곳)은 일상 루틴의 핵심 물건을, 가장 위 칸(사다리 없이 닿지 않는 곳)은 계절용품, 여분, 예비물품 등으로 설정합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시야 안에 있는 것보다, 자주 쓰는 물건이 시야 밖에 있는 것이 더 비효율적입니다.
2. 수납의 기준은 ‘종류’보다 ‘용도’
양말을 색깔별로 정리하는 것보다 ‘출근용 양말’과 ‘운동용 양말’로 나누는 것이 훨씬 실용적입니다.
같은 물건도 언제, 왜 쓰는가(=맥락)를 기준으로 구분하면 꺼내고 정리하는 행위가 덜 복잡해집니다.
예:
→ ‘미용용품’ → 외출 준비 / 피부 진정 / 여행용 키트
→ ‘문구류’ → 일상 메모 / 계약 서류 정리 / 가계부 작성 도구
3. 수납의 시각적 시스템: 라벨링 + 투명화 + 동일 단위 정렬
모든 수납함에는 이름표(라벨)를 부착해 누구나 열지 않아도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합니다.
투명 박스나 오픈형 바구니를 사용하면 ‘찾기 전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습니다.
같은 종류의 용기는 세워서 정렬 + 손잡이 방향 통일이 기본입니다.
수납은 물건을 예쁘게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뇌의 판단 시간을 줄이는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4. 수납은 ‘복귀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박스형 정리는 예쁘지만, 꺼내기 어렵거나 다시 넣기 어려우면 루틴이 깨집니다. 이상적인 수납은 꺼낼 때도, 다시 넣을 때도
“3초 안에 할 수 있는 구조”를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꺼내기 쉽다 → 사용률 ↑
넣기 쉽다 → 정리 유지력 ↑
시야 확보 → 심리 피로 ↓
3. 공간 정리 전, 반드시 던져야 할 3가지 질문
정리를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것은 수납용품도, 청소도구도 아닌 ‘행동을 분석하는 질문’입니다.
무작정 정리를 시작하면 예쁘게 넣었지만 다시 꺼내기 어렵고, 물건은 줄었지만 루틴은 복잡해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공간 정리는 다음의 질문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핵심 질문 3가지
- 이 공간에서 반복되는 행위는 무엇인가?
→ 이곳은 나에게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장소인가요? - 그 행위는 어떤 순서와 동선으로 이루어지는가?
→ 내가 손을 뻗는 방향, 움직이는 순서에 맞는가요? - 이 루틴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하려면 무엇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 지금의 물건 배치가 나의 생활 흐름을 지지하고 있나요?
이 질문을 던지면, 정리는 더 이상 ‘치우는 일’이 아니라 삶을 설계하는 구조화의 출발점이 됩니다.
정리란 물건의 문제가 아니라, 행동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재설계하는 작업입니다.
오늘의 퀴즈
Q1. 다음 중 공간 정리의 기본 원칙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무엇인가요?
- 자주 쓰는 물건은 눈에 띄지 않게 숨겨 정리한다
- 주방과 욕실은 보기 좋게만 배치하면 된다
- 수납의 기준은 브랜드와 가격 순으로 분류한다
- 반복되는 생활 동선과 루틴에 맞춰 공간을 구성한다
정답 보기
정답: 4
정답 해설: 공간 정리의 핵심은 행위의 흐름에 맞춰 공간을 기능적으로 구획하고, 물건을 루틴에 따라 배치하는 것입니다.
정리의 기준은 시각적 미학이 아니라, 행동 효율성과 동선 설계에 있습니다.
다음 강의 예고
👉 8강. 살림 루틴 만들기 – 일간·주간·월간 체크표
공간이 정리되었다면, 이제 시간이 정리되어야 할 때입니다.
다음 강의에서는 일상 속 루틴을 어떻게 표로 시각화하고, 어떻게 지속 가능한 살림 리듬으로 만드는지 구체적으로 배웁니다.
오늘의 숙제
1. 공간 루틴 관찰하기
- 오늘 하루, 내가 주방이나 욕실에서 가장 많이 반복한 루틴을 메모해보세요.
- 그 루틴에 맞지 않는 물건 배치나 동선의 불편함이 있었나요?
2. 구역화 실천하기
- 주방 or 수납장 중 한 곳을 선택하여 ‘기능별 구역화’를 시도해보세요.
- 분류 기준을 ‘종류’가 아닌 ‘행위’로 설정해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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